첨단기술의 발전은 산업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여 ‘자동화(Automation)’에서 ‘자율화(Autonomy)’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AI 신약개발 R&D 프로세스에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정해진 절차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자동화’와는 달리, ‘자율화’ 시스템은 시스템이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려 R&D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때 인간의 직관과 경험, 그리고 무수한 시행착오에 의존했던 신약 개발 과정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만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AI 기술 고도화와 활용 범위의 확장으로, 신약개발의 전주기에서 다양한 AI가 개발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연구개발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서부터 임상시험, 생산 공정, 환자 맞춤형 치료까지 AI는 제약 산업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으며, 기존의 속도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 신약 개발은 평균적으로 10~1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실패할 확률은 90% 이상이었다.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비임상과 임상 1·2·3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승인받는 긴 과정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던 전통적인 모델에서 탈피하여 AI의 도입은 데이터 기반의 패턴 분석을 통해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실패 확률을 낮추며,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의 이면에는 도전과제가 따른다. 데이터 품질, AI 모델의 신뢰성, 규제 승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이 변화는 향후 10년간 업계를 완전히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AI가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국가들의 정부 차원 정책 동향, 각국의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동향, 민관협력 AI 신약개발 정책들을 알아보고 국내 AI 신약개발 가속화를 위한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AI 에이전트는 워크플로우 설계 및 도구 활용을 통해 사용자를 대신하여 의사결정, 문제 해결, 외부 환경과의 상호 작용, 작업 실행을 포함한 자율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AI의 도입은 단순히 연구개발(R&D)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AI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수익 창출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 적용이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신약 개발 비용 절감과 투자 수익률(ROI) 증가, (2) 맞춤형 치료(Personalized Medicine) 확산에 따른 새로운 시장 창출, (3) 데이터 기반 서비스 모델의 확장이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비용과 낮은 성공 확률이었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며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AI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설계까지 다양한 과정에서 비용을 25~40% 절감하는 효과를 보인다. 이는 AI가 방대한 화합물 데이터를 분석하여 약물-타겟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험에 필요한 후보물질 수를 대폭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AI를 활용하면 임상시험의 성공 확률이 기존 10% 수준에서 14~18%로 증가한다. 축적된 임상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최적의 환자군을 선별하고,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단계별 AI 빅데이터 소요 기간 비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AI 도입을 통해 신약 개발 속도가 기존 대비 50% 이상 빨라지며 제품 출시 시점이 앞당겨지면 신약의 특허 보호 기간이 길어져 매출 극대화가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투자 회수 기간이 단축되어 ROI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AI는 맞춤형 치료 시장을 활성화시키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익 모델을 다각화 하고 있다. 기존의 블록버스터(Blockbuster) 신약 모델은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동일한 약물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AI의 발전으로 개별 환자의 유전자, 임상 기록, 생체 데이터 등을 분석하여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정밀 의료(Personalized Medicine)가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정밀 의료 시장은 2024년 800억 달러에서 2030년 1,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최적의 치료법을 AI가 제안해 줌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환자 맞춤형 치료제는 기존 신약보다 3~50% 높은 가격이 책정되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진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pipeline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했지만, AI 기반 맞춤형 치료제 시장의 부상은 고가의 니치(niche) 시장을 형성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추가적으로 제시한다.
AI 기반 신약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약사들이 B2B 사업, AI 플랫폼 비즈니스, 보험 및 헬스케어 서비스 등의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약물 반응 데이터를 축적되어야 하는데, 해당 데이터는 의료 기관, 연구소, 보험사 등 다양한 산업 주체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Tempus는 AI 기반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비식별화하여 연구기관 및 제약사에 판매하는 B2B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1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서비스 형태(SaaS)로 제공하는 모델이 증가하고 있는데, 예컨대 Exscientia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플랫폼 형태로 운영하며 제약사들에게 월 사용료(subscription model)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제약사에서 자체적으로 보험 및 헬스케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는데, AI를 활용한 치료 예측 분석 모델은 의료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를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제약사들이 보험사와 협력하여 치료 보장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새로운 시장 기회의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가장 앞서가는 국가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미국은 ATOM 프로젝트(Accelerating Therapeutics for Opportunities in Medicine)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립보건원(NIH), 슈퍼컴퓨터 및 AI 기술을 보유한 연구기관, 제약기업, 의료기관이 참여하며, 항암제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2년, NIH는 보건첨단연구계획국(ARPA-H)을 설립하고 AI 최고 책임자(CAIO)를 두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AI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NIH와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는 약물사용장애 치료제 개발을 위해 AI 기반 신약 탐색 프로젝트에 2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AI는 약물 표적 식별, 표현형 물질 발굴, 약리학적 분석, 약물 재창출 등의 과정에서 활용되며, 기존보다 더 효율적인 치료제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영국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의약연구혁신센터(MDC, Medicine Discovery Catapult)를 설립했다. MDC는 중소 제약기업들이 AI를 활용하여 신약 개발의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고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데이터, 실험실, 프로젝트 교육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21년 영국 정부는 ‘AI 데이터 국가전략’과 ‘생명과학 비전’을 발표하며,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기반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는 AI 신약 개발을 글로벌 협력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캐나다고등연구소(CIFAR, Canadian Institute for Advanced Research)는 2020년 출범한 글로벌 AI 협의체(GPAI, Global Partnership on AI)를 주도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공공 영역 신약 개발과 즉각적인 팬데믹 대응을 위한 AI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캐나다는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국가 보건정책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AI와 생명과학의 결합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바이오의료산업 전반의 AI 활용 전면화를 선언하고,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제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AI를 활용한 이중항체, 항체융합단백질, 항체결합약물 등의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AI 신약 개발을 통해 신약 승인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50개 제약기업 및 IT기업, 이화학연구소(RIKEN), 교토대가 공동 참여한 ‘라이프 인텔리전스 컨소시엄(LINC)’을 출범시켰다. 이 컨소시엄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며, 20개 AI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3년간 100억 엔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AI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을 국가 차원의 6대 중점 영역 중 하나로 선정하였으며, 제약기업과 AI 기업 간의 협력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은 AI 기반 신약 개발을 본격적으로 산업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은 2019년,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후보물질 디자인, 뇌질환 선도물질 탐색, 항암신약 후보물질 개발 등 6개 분야에 3년간 258억 원을 투자하며, AI 기반 신약 연구를 본격화했다.
또한, 2023년 ‘디지털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며 AI 신약 개발 전문 인재 11만 명 육성 계획을 수립했다. 향후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100만 명 규모의 임상정보 및 유전체 데이터를 통합하여 개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민간 분야에서 AI 기술이 제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현황은 어떠할까? 각국의 민간분야 AI 신약개발 동향에 대해 알아보자.
AI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AI 신약개발 시장은 2022년 약 8천억 원에서 2027년에는 약 5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북미 시장이 연평균 48.4%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각각 45%, 42.8%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AI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면역항암제로 전체의 44.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신경 퇴행성 질환, 심혈관 질환, 대사 질환 등 난치성·만성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AI의 도입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신약개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022년 기준 약 6,000억 원에 달하며, 시가총액을 포함하면 약 1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은 50여 곳으로, 최근 5년 사이 신설된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대형 제약사부터 바이오 벤처기업까지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과 총 88건 이상의 협업을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AI 신약개발 시장이 2019년 약 6,300억 원에서 2027년 약 4조 7,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대표 AI 신약개발 기업으로는 스탠다임, 파로스아이바이오, 신테카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온코크로스 등이 있다. 다만, 아직은 대부분 AI 플랫폼 판매에 집중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신약개발과 상업화 단계에서는 제한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AI 기업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신약개발의 핵심 엔진으로 삼으며, A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주요 제약사들은 총 240건 이상의 AI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R&D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주요 제약사들은 독자적인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거나 AI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신약 개발의 전주기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또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AI 기반 신약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구글은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플랫폼 ‘알파폴드2’를 개발하여 Eli Lilly, Novartis와 약 3조 8,000억 원 규모의 협업을 체결했고, 엔비디아는 Amgen과 손잡고 AI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이러한 협업 사례는 AI가 기존의 신약개발 한계를 뛰어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AI 전문기업들도 AI 기반 신약개발을 주도하며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매출액 순으로 정리한 미국 주요 제약사들과 AI 전문기업들의 AI 신약개발 사례다.
이처럼 미국 주요 제약사와 AI 전문기업들은 AI를 신약개발의 전주기에 적용하며, R&D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임상 성공률 향상 등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AI 신약개발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재편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내 기업들도 AI 기반 신약개발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2024년 4월 기준 국내 제약사와 AI 기업 간 AI 협업 건수는 160건을 넘겼으며, 전임상 30여 건, 임상 1상 3건, 임상 2상 준비 2건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 협력 사례
유한양행-파로스아이바이오: AI 플랫폼 ‘케미버스’로 KRAS 저해제 후보물질 발굴 및 임상 개발.
보령-온코크로스: ‘랩터 AI’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의 적응증 확대.
JW중외제약-온코크로스: AI 활용 항암·재생의학 분야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개발.
HK이노엔-에이인비: AI 플랫폼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및 백신 항원 디자인.
SK바이오팜-유로파마: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개발 및 미국 JV 설립.
JW중외제약-머크: AI 소프트웨어 ‘신시아’로 신약 합성 자동화 및 비용 절감.
대웅제약-머크: 신약개발 전 주기 AI 플랫폼 구축 및 합성 최적화.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는 유한양행-파로스아이바이오의 KRAS 저해제 개발, 보령-온코크로스의 ‘카나브’ 적응증 확대, JW중외제약-머크의 AI 기반 합성 자동화, SK바이오팜-유로파마의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개발 등이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AI가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이제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국가와 기업 모두 AI를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R&D 비용을 절감하며, 미래 신약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MELLODDY(Machine Learning Ledger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 프로젝트는 AI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의 모델 공유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지원하는 AI 플랫폼이다. 특히, 약물동태 및 독성(ADME/T) 분야에서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EU 정부의 지원 아래 제약기업, IT 및 AI 기업, 대학이 협력하여 진행했다.
대규모 민관협력(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프로그램은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혁신 기술의 실증 및 확산에 기여하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MELLODDY 프로젝트는 EU의 혁신적 의약품 이니셔티브(Innovative Medicines Initiative, IMI) 펀딩을 통해 2019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1,840만 유로가 투입된 3년간의 연구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AI 모델의 예측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연합학습은 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으지 않고, 각 기관에서 로컬(내부) 학습을 수행한 후 분석 결과만 중앙 서버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및 연구 비밀 유지와 동시에 공동 활용이 가능해졌다.
EU MELLODDY 프로젝트에서는 1,000만 개 이상의 화합물 약리 활성 실험 데이터를 활용하여 연합학습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 결과, 개별 기관 모델보다 연합학습 모델이 약물동태지표(ADME) 분류 문제에서 약 10% 향상된 성능을 보이는 등,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입증했다.
MELLODDY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국에서도 연합학습을 활용한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MELLODDY)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K-MELLODDY는 MELLODDY보다 성능과 실용성을 더욱 강화한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에는 국내 22개 제약기업을 비롯해 AI 기업, IT 기업, 대학, 공공기관이 참여하며,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데이터 공유 없이도 ‘분산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최적의 공용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계획,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 제4차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에 포함된 K-MELLODDY 프로젝트는 2024년부터 국가사업으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K-MELLODDY는 다음과 같은 차별점을 갖는다:
보안과 성능이 강화된 분할 연합학습(Split Federated Learning) 기술 활용: 기존 연합학습보다 더욱 정교한 보안 체계를 적용하여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한다.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 제약기업, AI 연구기관, 대학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신약개발을 위한 최적의 AI 모델을 개발한다.
국가 차원의 개방형 플랫폼 운영: 장기적인 AI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제약바이오산업계에서는 K-MELLODDY를 통해 경쟁 기업 간 데이터 협력이 가능해짐에 따라 신약개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AI 기술의 도입 및 활용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AI와 민관협력이 결합된 신약개발이 국내외 제약산업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제약·바이오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신약 개발은 물론 임상시험의 효율성 향상에도 사용되면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 도입의 가능성과 한계를 두고 여러 시각이 교차하고 있지만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AI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기업들도 전통 제약사를 필두로 바이오벤처까지 자체 기술 개발, 업무 협약 등의 형태로 신약 개발에 AI를 접목하는 중이다. 특히 국가적으로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발표하고 AI 신약 개발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2029년에 1975억 원 규모까지의 성장이 예상된다. 실제 국내 AI 활용 신약 개발 관련 과제 수는 최근 5년 사이 2019년 150건에서 2023년 541건이 수행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신약 개발 프로세스 중 후보 물질 발굴에 가장 많이 활용된다.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수만 개의 약물 후보를 생성하고, 가상 환경에서 효능과 안정성을 평가해 유망한 선도 물질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각국의 규제 기관에서 AI 도입의 효율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국제적 흐름과 별개로 국내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 AI 활용 신약 개발의 경쟁력은 아직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인력의 부족이다. AI신약 개발 지원 센터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한 제약 바이오 기업의 61.3%가 기업 내 자체 AI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88.2%가 숙련된 인력의 부족과 고용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제약과 AI, 두 분야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의 부족이 심각하다고 분석하였는데, 국외는 실제 임상 데이터에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 가능하고, 신약 개발 목적으로 생산된 데이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폐쇄된 환경에서만 데이터 접근이 가능하고, 연구 외 목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한 사례가 부족해 실제 신약 개발 시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하였다.
다만, 신약개발 분야에 요구되는 생체정보 데이터, 임상 데이터, 약물 후보군 데이터 등은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정보로, 해외 AI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경우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업에 데이터가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형 AI 신약개발 자율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여 데이터 보호와 기술 자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전망한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러한 자율화 시스템을 보유하기에는 기술적, 경제적 부담이 크기에 산업계 전체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협업 연구 모델이 필요하다.
국가 단위의 데이터 통합 관리 체계의 구축과 통합 데이터의 조성,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다학제 협력 연구 지원 등의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인 Eli Lily, Sanofi, Amgen과 같은 기업들은 AI 신약 개발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여러 타겟에 대한 후보 물질의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인 상황임을 위에서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제약 기업 대비 R&D 투자가 낮고, 인력이 부족하기에 효율적인 신약 개발의 과정이 더더욱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AI를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국가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표준에 맞추기 위해 해외 규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인 규제 조화를 이루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The only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 앨런 케이(Alan Kay)
한때 신약 개발은 신의 영역이라 불렸다. 인간의 수명이 몇 년, 몇 십 년 연장될지—혹은 난치병을 정복할지—그 결정은 오랜 연구와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더디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운명의 서사를 다시 쓰고 있다. 실험실의 불빛 아래 연구자들은 더 이상 시행착오에 갇혀 있지 않다.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며, 인간이 놓칠 법한 가능성을 포착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연구 보조 도구가 아니다. 이제는 연구자가 AI를 돕는 것이 아니라, AI가 연구를 이끄는 시대가 도래했다. 후보물질 발굴이 몇 년이 아닌 몇 개월로 단축되고, 실패 확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질병의 정복 속도가 가속화되는 지금, 우리는 AI가 만들어낼 의료 혁신의 정점에서 서 있다.
하지만 AI의 힘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가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규제 당국의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그리고 연구자와 AI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결국, AI 신약 개발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아닌, 산업과 인간의 사고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연구기관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이 맞물리면서 AI 신약개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경쟁의 본질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 확보가 아니다. 신약개발을 통한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보다 나은 치료법을 찾기 위한 인류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다.
AI 신약개발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는 단순한 연구 보조 도구가 아니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AI와 함께 신약개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1]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브리프 Vol.314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국내·외 현황과 과제, 2020
[2]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PBMA FOCUS 제24호 첨단 자율화 연구시스템과 AI 신약개발 外, 2025
[3] EUROPEAN COMMISSION, “A defini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main capabilities and scientific disciplines”, 2019.4.8
[4] ChemRxiv, “MELLODDY: cross pharma federated learning at unprecedented scale unlocks benefits in QSAR without compromising proprietary information“, 2022.10.13
[5] KOTRA, “중국 바이의약 산업 발전 가속화”, 2022.11.15
[6]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 234호”, 2023.3.17
[7] KPBMA, “AI 뉴노멀 시대의 도래와 신약개발”, 2023.07.18
[8] 윤한울 외, “인공지능을 활용한 바이오 신약개발 동향”, 브릭뷰, 2023.4
[9] 더 구루, “구글 신약사 아이소모픽 랩스, ‘어벤져스’ 과학자문위원회 출범”, 2023.1.12
[10] 신동아, “엔비디아가 포토샵을 ‘생성 AI 혁명’으로 이끈다.”, 2023.5.15
[11] 워크투데이, “엔비디아, 미쓰이와 신약 개발 위한 생성형 AI 슈퍼컴퓨터 지원 발표”, 2023.3.27
[12] 매일경제, “‘K-멜로디’ 프로젝트, AI 신약개발 앞당길까”, 2023.5.29
[13] 동아닷컴, “K-멜로디 타고 AI 신약개발, 글로벌 제약사와 격차 좁힐 것”, 2023.5.31
[14] PHARMEDAILY, “외부서 파악 힘든 AI 신약개발 기업 실상…알짜배기 기업은”, 2023.2.28, 링크
Nahyun Koh, M.D. Candidate
Vice President, MD Winners | Co-Managing Director, Nucleate Korea |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Nahyun is an M.D. candidate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with a background in Business Administration. As Vice President of MD Winners and Co-Managing Director of Nucleate Korea, she has led initiatives at the intersection of medicine, biotech, and entrepreneurship, raising over $110K to expand biotech programs across Asia.
Nahyun’s clinical experience includes breast cancer research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and surgical observerships at Columbia Irving Medical Center and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She has also interned at McKinsey & Company, where she worked on projects spanning healthcare, finance, and strategy. She is passionate about bridging business and medicine to drive innovation in health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