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의료 제공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치료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가치 기반 의료 (Value-Based Care, VBC)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
가치 기반 의료는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의 Michael Porter 교수와 Elizabeth Teisberg가 2006년부터 주창한 개념인데, 여기에서 가치란 다음과 같이 아주 직관적으로 정의된다: “투입된 금액에 비례한 건강 향상도 (Health outcomes achieved per dollar spent).” 즉, 가치 기반 의료는 말 그대로 환자가 얻는 건강 결과 (Outcome)에 기반하여 의료비 지급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서, 환자의 건강을 개선하면서도 의료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1]
기존의 행위별수가제 (Fee-for-service; FFS)에서는 의사와 병원이 제공한 시술이나 검사 건수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이 치료할수록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이다. 즉 환자가 계속 아파야, 혹은 계속 병원에 와야 돈을 버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가치 기반 의료(VBC)에서는 환자의 치료 결과와 건강 상태에 따라 보상이 조절되므로, 의료진으로 하여금 단순히 진료량을 늘리는 대신 환자의 건강을 개선시키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를 높은 Quality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게끔 한다. 이를테면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 달성률, 당뇨 환자의 당화혈색소 등을 결과 지표로 삼아 특정 목표에 도달하면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하거나 도달하지 못했을 때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VBC의 간단한 예시이다. 아울러 의사, 간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환자경험에 대한 지표 또한 다른 영역지표와 대등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VBC는 환자중심의료로 나아가는 국제적 흐름을 대변하는 정책이다.[2]
“Value should always be defined around the customer, and in a well-functioning health care system, the creation of value for patients should determine the rewards for all other actors in the system.”
Michael Porter, "What is Value in Health Care?"
GDP의 무려 17.6%를 의료에 할애하는 미국은 의료비 절감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찍이 2010년에 Affordable Care Act (ACA)를 통과시킴으로 가치 기반 지불을 명문화하였고, 해당 법에 의해 창립된 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Innovation (CMMI) 가 가치 기반 의료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메디케어 환자 전원을 가치 기반 보상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3]
이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s (ACO)**라는 모델이다: ACO는 의사, 병원 등 환자와 관계된 의료제공자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자신들에게 할당된 환자들의 의료 비용과 서비스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환자를 중심으로 한 팀이 이루어지고, 그 팀은 환자의 건강 지표를 보다 적은 비용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ACO들은 대개 upside-risk 혹은 down-side risk를 지게 된다. 전자의 경우 의료 제공자가 비용 절감에 성공하면, 절감된 비용의 일부를 보험사와 공유하여 인센티브를 받는다. 후자는 비용 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비용이 초과될 경우 일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즉, 벌금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 절감 시 더 높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ACO의 세부 모델 중 가장 대표적인 MSSP (Medicare Shared Savings Program)은 2012년 시작된 이후 2020년까지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지출 비용을 약 19억 달러(약 1.9조 원)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2022년 기준으로 477개 기관이 해당 프로그램에 등록되어있다. ACO중에서도 의사가 주도한 곳은 여타 ACO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으며, 개별 ACO의 성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4] 이러한 노력 덕분에 미국은 2010년 가치기반의료를 도입한 후 10년간 의료지출을 GDP 대비 16-17%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5]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2022, 2023년의 의료지출 반등추세는 그 직전 COVID19 기간 동안 미루어졌던 진료, 비응급 시술과 아울러 의료 사보험 가입자 수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6],[7])
특정 질환이나 시술, 입원 등의 에피소드에 대해 모든 관련 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지불하는 Bundled Payment, 혹은 Episode-based Payment방식도 미국정부가 VBC도입에서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전략이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모델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비용 절감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편이다.
가치 기반 의료의 장점 & 가치 기반 의료의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하는 과제들
그림1. VBC의 가치 측정 및 보상에 대한 예시
("Value-Based Care Quality Metric Overload?" The Terry Group, terrygroup.com/value-based-care-quality-metric-overload/.)
그림 2. 주요국의 VBC 성과지표 (국회도서관 | THE 현안 | 2024-7호, "주요국의 가치 기반 의료제도")
물론 VBC의 제대로 된 실행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보았듯이 치료의 결과(outcome)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치료 행위 그 자체”에 보상하는 FFS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FFS 모델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인센티브 불일치 – 즉 “더 많은 치료가 곧 더 많은 수익”이라는 공식 – 을 VBC는 “더 나은 치료가 더 많은 보상”이 되도록 전환함으로써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다. 단, VBC를 구현하려면 환자별 결과를 측정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 다양한 전문 인력이 협업하는 통합적 케어 등이 필요하여 시스템 구축이 쉽지는 않다. 지금껏 해외에서 시행되어 온 VBC 모델들의 성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은 이유도 이러한 시스템 전반의 구축이 진행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VBC로 전환하는 큰 움직임은 이미 미국,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전체적인 방향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기에,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는 인내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VBC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도전 과제는 아래와 같다
표준화된 지표와 방법론: 앞서 말한 가치 공식의 분자, 즉 “환자 Outcome”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표준화된 지표와 방법론이 필요하며, 환자의 기저 질환, 중증도, 사회경제적 요인 등의 risk factor을 고려한 정교한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 VBC를 도입했던 기관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결과가 상이했던 것도 이러한 복잡성을 반영한다. 아울러 상이한 인구집단, 환자집단 간에서의 치료목표와 Outcome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복잡도를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가치 측정의 복잡성: 앞서 말한 내용의 연장선인데, 가치 기반 의료의 핵심은 '가치'의 정의와 측정에 있으나, 이는 복잡한 과제이다. 이를 테면 결과 측정의 시간적 차원 문제가 있다; 일부 치료 혹은 개입의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으며, 장기적 건강 결과를 측정하기 위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비교적 간단한 건강 지표 (e.g. 당화혈색소, 혈압) 외에도, 환자 입장에서의 ‘가치’ 혹은 건강결과Outcome은 의료제공자, 보험자 등의 주체가 생각하는 의미와 사뭇 다를 수 있다. 이를테면 환자 입장에서는 실제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 가동범위, 독립성, 통증, 합병증 등 - 이 비교적 중요할 수 있으며 이를 결과 지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cf. Patient-Reported Outcomes Measures - PROM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는 전립선암 수술 후의 주요 합병증인 요실금, 발기부전 등으로 인한 환자의 삶의 질 저하가 있다. 특히나 수술 후의 patient-reported outcome과 clinician-reported outcome 사이에 유의미한 불일치가 생기기도 한다.[8], [9]). 뿐만 아니라 대부분 가치 기반 지불 모델에서는 환자의 경험, 만족도 등의 주관적인 요소도 포함이 되어있다. 이러한 부분까지 객관적인 지표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외에 스웨덴, 영국, 독일, 일본 국가에도 정책적 차원에서 가치 기반 의료로 나아가려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10]. 유럽 각국은 대체로 공공 의료재정과 보편적 의료보장 체계를 갖추고 있어, VBC 도입을 위한 정책 환경이 미국과는 다소 다른데,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 몇몇 국가는 비교적 일찍부터 의료의 효율성과 효과 측정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를 의료정책에 반영해왔다.
유럽에서는 특히 네덜란드가 민관이 협력하여 가치기반 지표와 지불을 도입한 선도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Top7 병원으로 구성된 협력체인 산테온(Santeon)은 국제 컨소시엄 ICHOM (International Consortium for Health Outcomes Measurement)이 개발한 표준화된 환자결과 지표를 활용해 가치 기반 의료를 도입하여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의료 성과를 측정하고 공개함으로써 병원 간 품질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며, 필요시 병원 간 수술로봇 등 자원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서 기존의 병원간 장벽을 깨뜨리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VBC가 정책입안자들에게서 지지를 받고 있으며 VBC를 가능케할만한 기반 인프라, 성과 측정 시스템 등이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치풍토 속에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오고 있다. 특히 전문 진료(specialized care; 각종 수술 등 특정 질환에 대한 고도화된 치료)에 대한 결과 기반 보상(outcomes-based reimbursement)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일례로 고관절 및 무릎 관절 치환술에 대하여 수술 전후 일정까지 포괄하는 OrthoChoice라는 묶음지불제를 시행하였고, 해당 금액의 3.2%는 사전에 설정된 목표를 달성 (eg. 통증 감소, 대기 시간 감소) 했을 때만 지급되었다. 그 결과 시행 2년만에 합병증 발생률이 20% 감소하였고, 고관절 및 무릎 관절치환술 환자에 드는 국가의 총 비용 또한 17% 감소하였다. [11]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스웨덴의 Karolinska 대학병원에서는 2015년에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의료의 방식을 아예 개편시켰다. 전통적으로 특정 과와 전문 분야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는 게 아닌, 환자와 질환 pathway에 따라서 성인 100개, 소아 70개의 "테마"를 정리하고 그리로 환자를 나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핑크빛은 아니었다. 이를 위해 각 질환 별로 여러 과의 전문의들이 모여 협업하는 중요성이 커졌는데, 그 부작용도 상당했다: 때로는 위계질서가 기존과 달라졌기에, 외과의가 senior surgeon이 아닌 종양내과 전문의를 지시를 따르는 등 시나리오로 인해 초반엔 특히 senior physicians에게서 상당한 저항을 빚었다. 아울러 큰 변화를 도입해야 했던 병원의 의사일수록, 해당 프로그램 도입에 참여한 외부 컨설턴트 들에 대해서 그 전문성이나 요구하는 '가치'에 대한 높은 기준, 실제 병원의 임상 현장에 대한 지식 등의 면에서 자격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였다.
영국의 NHS에서는 bundled payment, pay-for-performance등을 이용하는 팀기반 의료전달체계를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의 여러 이해관계자 (전문의, 일차의료의사, 보험자 등)가 전반적으로 보다 환자중심, 가치중심의 의료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랑 그나마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에서는2017년에 보건부에서 모든 공공의료기관에서의 가치기반의료를 추진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도입하였다. 특히 데이터를 통해서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을 주안점으로 여기고 있으며, 효율적인 데이터 수집, 관리, 분석을 통해 비용 효율적인 서비스를 가려내고,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비용과 질을 모두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12]
한국의 의료 체계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 서비스의 과잉 제공 및 의료 비용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한국은 의사 1인당 외래 진료 건수가 15.7회로 OECD 평균인 6.0의 두 배 이상이다. 타 국가에서 VBC를 도입하려는 주요 동기 중 하나는 비용 절감인데, 우리나라의 GDP대비 의료지출은 2022년 기준 OECD평균인 9.2%를 살짝 상회하는 9.7%로 아직까지는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2030년에는 GDP의 16%인 4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어 지금부터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11]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만성질환의 증가 및 의료비용의 증가는 예견된 시나리오이며, 이에 대비하여 우리나라도 보다 비용효과적인 지불체계를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실은 이미 국내에서도 VBC에 대한 검토는 일찍이 2014년부터 이루어져왔다.[15]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도 점차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서 환자 중심, 가치 향상 중심의 개선을 만들어내려는 연구와 시범운영 등이 지속되고있다. 특히 국내에서의 정책적 방향은 ‘지역사회’ 중심의 일차의료 가치 기반 지불모형을 강조하고 있다.[16] 보다 환자중심의, 가치중심의 의료체계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된 전 세계적 흐름이라 우리나라도 국내 실정에 맞춰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우선, 가치 기반 의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참여하는 의료기관 수준에서 탄탄한 데이터 수집, 관리, 분석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VBC의 효과가 기대되는 핵심 대상인 일차의료 환경에서는 성과 측정 및 보고를 위한 IT, 지원 인력과의 연계, 정보 시스템 운영 등의 VBC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아직 미구축된 상태이다.[14] 아직까지 한국에서 VBC 관련 사업과 평가가 종합병원 레벨로 집중되어 온 이유이다. 인프라 마련을 위한 장기적인 금전적, 시간적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의료 기관 대부분이 민간 소유로, 정부 주도의 VBC 도입에는 민간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의료의 대부분이 공공의 영역인 영국이나 스웨덴과는 확실히 다른 토양이다. 민간 병의원에서도 VBC를 환영할 수 있게끔 적절한 인센티브 및 위험부담공유, VBC 도입에 대한 인력적 지원 등의 현명한 프로그램 설계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앞서 스웨덴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지나치게 빠르고 압박감을 주는 변화는 의료진으로부터 적지 않은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불개편은 의료 제공자들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이슈이므로 사전에 여러 stakeholder과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의료 환경에 맞는, 각 기관이나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 지표를 개발해야 하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행위별 수가제와 성과 기반 보상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한 점진적 전환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의료 제공자, 교육자, 정책 입안자 등 관계자가 가치 기반 의료의 개념과 실천 방법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 기관, 의원에서 표준화된 VBC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해 설명하고 도와주는 컨설턴트 등 외부인의 역할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적다보니 VBC는 확실히 쉽지 않은 과제이다. 지나치게 Idealistic한 것 같기도 하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으며, 들어가는 노력이 꽤 많다. 여러 참여주체들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 정교한 시스템이고 그를 뒷받침하는 기술적, 정책적 제반이 필수적이다. 이쯤되면 ‘이걸 진짜로 도입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 만하다. 안그래도 우리나라의 의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겉으로 보기엔 꽤 괜찮고 이만큼 편리한 의료도 어디 없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무언가 변화는 생겨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해진다.
아울러 한국의 의료에는 지켜야 할 여러 대단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들이 VBC 도입 시에도 유지되게끔 해주어야 하는데, 바로 1) 앞서 말한 높은 의료 접근성 2) 짧은 대기 시간, 신속한 진료 3) 뛰어난 의료진 역량 등이 있다.
VBC가 도입될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진료 접근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비용절감보다는 환자 교육 및 생활환경/습관 관리, 지역사회-상급종합병원 간의 연계 등 전통적인 의료행위보다 다소 넓은 범위의 개입, 서비스 등에 대한 계획과 보상을 중심으로 가치 기반 의료를 구상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3분 진료’는 늘상 박한 평가를 받지만 다르게 보면 대단한 강점이다. 그만큼 신속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료 뿐만 아니라 수술 및 치료에 대한 대기 시간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교하면 매우 짧은 편이다. 따라서 과잉 진료 (이는 의사, 환자, 병원 모두에게서 기인한다)의 이슈가 비록 있지만, 짧은 대기 시간은 장점으로 살려야 한다. 대신 불필요한 4차 병원 방문이나 불필요한 치료는 보상 절제 등을 통해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은 수술 및 치료 기술 수준이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하며,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한 선제적 발견 외에도) 상당부분 의료진의 높은 실력 덕분에 암 5년생존율 등 각종 치료 성적이 최상위 수준이다. 따라서 이미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의료진이 VBC 모델을 도입하더라도 진료 자율성을 보장받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의료진이 압박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여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강점인 IT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극 양성하여 VBC의 효과적인 구현을 지원하는 도구로 사용하면, 난이도 100의 VBC를 적어도 70-80까지 낮출 수 있는 지렛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회의론자들은 늘 있어왔고 그들의 날카로운 비판 역시 필수적인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품어본다.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의 절반은 정확한 문제 정의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 정의 Problem Definition은 지금쯤이면 모두에게 자명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각 필드의 훌륭한 인재들의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찾는 것이며, 필자는 답안지 중에 하나로 해외에서 어느정도 검증된,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미 예전부터 검토해온 VBC에 조심스레 한 표를 던진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Porter, Michael E. "What Is Value in Health Car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 363, no. 26, 2010, pp. 2477-2481.
신현웅, 황도경. "건강보험 가치기반 성과보상 지불제도(VBP) 도입방안 = Policy Consideration for the introduction of Value Based in Purchasing in South Korea."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Collins, Sara R. "Value-Based Care: What It Is, and Why It’s Needed." Commonwealth Fund, 13 Apr. 2023, www.commonwealthfund.org/explainer/value-based-care-what-it-is-why-its-needed.
Lewis, Corinne, et al. "Evidence from a Decade of Innovation: The Impact of the Payment and Delivery System Reforms of the Affordable Care Act." Commonwealth Fund, Apr. 2020, https://doi.org/10.26099/5rj7-9319.
오주환. "한국보건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 의료전달체계." 《Public Health Affairs》, 115호, 2024년, https://pha.or.kr/m/journal/view.php?number=115.
Peter G. Peterson Foundation. "7 Key Facts About Rising Healthcare Spending in the U.S." Peter G. Peterson Foundation, 2024, www.pgpf.org/article/7-key-facts-about-rising-healthcare-spending-in-the-u-s/
Csutora, Matthew, et al. "National Health Care Spending In 2023: Growth Driven By Increased Use Of Services And Higher Enrollment." Health Affairs, vol. 43, no. 5, 2024, pp. 696-705. https://doi.org/10.1377/hlthaff.2024.01375
Tillier, CN, et al. "Patient-reported outcome measures compared to clinician reported outcomes regarding incontinence and erectile dysfunction in localized prostate carcinoma after robot assisted radical prostatectomy: Impact on management." Urologic Oncology: Seminars and Original Investigations, vol. 41, no. 11, 2023, pp. 454.e1-454.e8, https://doi.org/10.1016/j.urolonc.2023.08.001.
Parry, M. G., et al. "Urinary incontinence and use of incontinence surgery after radical prostatectomy: a national study using patient-reported outcomes." BJU International, vol. 130, no. 1, July 2022, pp. 84-91. doi: 10.1111/bju.15663.
Economist Impact, Value-Based Healthcare: A Global Assessment https://impact.economist.com/perspectives/sites/default/files/EIU_Medtronic_Findings-and-Methodology_1.pdf
PricewaterhouseCoopers (PwC). "Value-Based Healthcare: Driving Transformation." PwC, n.d., www.pwc.com/m1/en/publications/documents/value-based-healthcare.pdf.
National University Health System, Value-Based Healthcare Journey, https://www.nuhs.edu.sg/about-nuhs/value-based-healthcare/value-based-healthcare-journey
신현웅 외. "건강보험 가치기반 성과보상 지불제도(VBP) 도입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년, https://repository.kihasa.re.kr/bitstream/201002/13869/1/연구보고서 2014-04.pdf.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4년 보건복지분야 정책 전망.", 2024년 1월, https://repository.kihasa.re.kr/bitstream/201002/44328/1/2024.01.No.327.02.pdf.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 "주요국의 가치 기반 의료제도." THE 현안, 2024년 7호, 국회도서관, https://nsp.nanet.go.kr/plan/subject/detail.do?nationalPlanControlNo=PLAN0000044939.
"Value-Based Healthcare: Korea, Pioneer in Asia." The Economist, 28 Jan. 2022, impact.economist.com/perspectives/health/value-based-healthcare-korea-pioneer-asia/white-paper/value-based-healthcare-korea-pioneer-asia.
"Value-Based Healthcare in Sweden: A Leader in the Global Shift." The Economist, 2023. www.economist.com/perspectives/VBHCSweden.
OECD. Health at a Glance 2023: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2023, www.oecd.org/en/publications/health-at-a-glance-2023_7a7afb35-en.html
Porter, Michael E., and Elizabeth Olmsted Teisberg. Redefining Health Care: Creating Value-Based Competition on Results. Harvard Business Press, 2006.
Shrank, William H., et al. "Waste in the US Health Care System: Estimated Costs and Potential for Savings." JAMA, vol. 322, no. 15, 2019, pp. 1501-1509.
Steinmann, G., et al. "Redefining Value: A Discourse Analysis on Value-Based Health Care." BMC Health Services Research, vol. 20, no. 1, 2020, p. 862.